"천국의 섬, 지옥문턱 서다"… 산토리니 200여 차례 지진에 '공포

2025-02-04 11:00
 푸른 지붕의 새하얀 집들이 그림처럼 펼쳐진 '지중해의 보석' 그리스 산토리니섬.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신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 최근 공포가 드리웠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잇따른 지진으로 섬 전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은 3일 현재까지 무려 200회 이상 발생했으며, 최대 규모는 4.6에 달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두 차례나 발생하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건물 벽에 금이 가고 일부 도로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화산 활동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이 무너질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산토리니섬에서 나고 자란 주민 마리아 페트라키(52)씨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공포입니다."

 

실제로 산토리니섬은 여러 단층이 지나는 지역으로, 과거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200회가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그리스 정부는 즉각 산토리니섬을 비롯해 인근 4개 섬에 휴교령을 내리고, 주민들에게 밀폐된 공간에서의 모임을 자제하고 항구 접근을 삼가도록 권고하는 등 안전 조치 강화에 나섰다.

 

또한, 섬을 떠나려는 주민들을 위해 그리스 해안경비대와 에게안 항공 등은 선박과 항공편을 증편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1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배편으로 섬을 떠났고, 3일에도 추가로 1천 명이 섬을 빠져나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최근 매우 강력한 지질학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산토리니섬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해 산토리니섬의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만큼, 지진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