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곁엔 팻츠폴이 있었다! 로봇드림 전시, 숨겨진 협업 이야기 공개

2025-03-05 11:37
 "비디오 아트 거장 백남준, 그의 곁엔 또 다른 예술가가 있었다!" 1980년대, 미국 신시내티의 한 허름한 공방 '클레이 스트리트 프레스'. 이곳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예술적 만남이 시작됐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그리고 미국의 판화가 마크 팻츠폴(76). 두 예술가의 만남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백남준 팩토리'라는 창조적 공간을 탄생시키며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에서 개막하는 '로봇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은 잊혀졌던 두 거장의 협업을 재조명한다. 팻츠폴은 1981년 신시내티에 자신의 판화 공방 겸 화랑 '클레이 스트리트 프레스'를 열었고, 1983년 판화 제작을 위해 백남준과 처음 만났다. 이후 팻츠폴은 백남준의 수석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으로 활동하며, 그의 대표작 'TV 조각'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 팩토리'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협업 과정과 백남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희귀 자료 300여 점을 선보인다. 백남준 작품에 쓰인 연구 스케치, 설치 도면, 사진을 오려 만든 목업(모형),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백남준의 작업실로 들어간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백남준과 팻츠폴이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 'V-아이디어: 선험적'(V-IDEA: a priori'. 1984)과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혁명가 8명을 8개의 TV 조각으로 형상화한 원작 시리즈를 판화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들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와 팻츠폴의 판화 기술이 만나 빚어낸 또 다른 걸작이다.

 


전시와 함께, 백남준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도 4차례 진행되어 전시의 깊이를 더한다. 3월 9일에는 백남준의 또 다른 기술 협업자였던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와 팻츠폴이 직접 참여해, 백남준과의 협업 과정과 작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4월 6일에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스케치와 백남준의 사이보그를 비교하며, 르네상스와 21세기의 인간관을 흥미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백남준 팩토리'를 재조명하고, 그곳에 숨겨진 방대한 자료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라며, "백남준의 작품 구상부터 실현까지, 그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로봇드림' 전시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백남준이라는 거장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낸 숨은 조력자 팻츠폴과의 협업을 조명하며, 그의 예술적 유산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백남준의 팬이라면, 그리고 예술가의 창조적 협업 과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는 놓칠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잊혀진 시간 속, '백남준 팩토리'에서 펼쳐진 두 예술가의 뜨거운 열정과 창조적 에너지를 느껴보자.